Rose: 이탈리아에서 보낸 여름 로맨스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마음을 빼앗긴 이탈리아 남자가 한 젊은 여성을 코마키오 근처 누드 비치로 데려가면서, 부끄러움과 설렘, 그리고 자유가 한데 뒤엉킨다.
누드 비치에 처음 가본 건 내가 열아홉 살쯤 되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부모님과 함께 이탈리아 북부에 머물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여름 세 달 동안 그곳에서 일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낮 시간을 에밀리아로마냐주 페라라 근처 해변에서 보냈다.
거기서 친구를 몇 명 사귀었고, 낮에는 다 같이 일광욕을 하고 저녁이면 놀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사실 친구들 대부분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라 미국 학생들이었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페라라 대학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와 여름을 보내던 아이들이었다.
페라라에는 클럽이 별로 없어서, 몇 번 밤에 나가 놀다 보니 금세 흥이 식어버렸다. 게다가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 해서 뭘 하든 복잡했다. 만나보고 싶은 잘생긴 남자들도 분명 있었지만, 언어 장벽이 매번 다 망쳐놓았다.
그러던 어느 저녁, 영어를 꽤 잘하는 이탈리아 남자 두 명을 만났다. 둘 다 학생이었고, 우리를 클럽에 데려갔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펠레 도카였던 것 같다. 우스꽝스럽게도 우리말로 옮기면 "소름"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그때는 충분히 신났다.
다음 날 그들이 우리를 여기저기 더 데리고 다녔고, 마침내 상황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탈리아 남자들 무리 중에서 유독 내 눈에 확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주세페였지만 다들 베페라고 불렀다. 잘생기고 매력 있는 데다 페라라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도 미국에 돌아가면 법을 전공할 계획이었기에, 우리는 금세 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둘만 있을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무리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조용한 구석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나누고 몇 시간이고 입을 맞췄다. 미래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오늘 밤만 생각하는 그런 여름 로맨스였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는 베페가 점점 초조해하는 걸 알아챘다. 처음엔 내가 곧 떠나야 해서 슬픈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그가 다른 무언가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걸 온전히 이해한 건 한참 뒤, 이미 귀국 비행기 안에서였다.
그 전에, 해변이 있었다.
베페는 조용한 곳을 찾을 때마다 나에게 아주 뜨겁게 입을 맞추는 버릇이 있었다. 나도 좋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있는 데서는 부끄러웠다. 누군가 우리를 볼 것만 같은 기분이 늘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코마키오 근처 리도 델레 나치오니 부근에 있는 특별한 해변에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딘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로맨틱하고 숨겨진 해변을 상상했다.
그가 나를 누드 비치로 데려간다는 건 전혀 몰랐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라는 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부끄럽고, 당황스럽고, 이상하게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데를 예고도 없이 데려온 베페를 놀려주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내가 내 몸을 부끄러워한다거나 콤플렉스투성이라고 그가 생각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지을 수 있는 가장 태연하고 당당한 표정을 짓고는 수영복을 벗기 시작했다.
먼저 상의를 벗었다.
곁눈질로 보니 베페가 굳어 있었다. 그게 나를 이상하리만치 우쭐하게 만들었다. 그가 나를 놀라게 하려던 거라면, 나도 그를 놀라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머지 수영복까지 벗자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부끄러움과 아드레날린으로 떨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벗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언가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주위 해변은 고요했다. 아무도 천박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아무도 비웃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햇볕 아래 누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물가로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건 그저 평범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짜릿했다.
그날 베페는 끝내 완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계속 어색해하고 초조해했으며, 벌어진 일에 확실히 마음이 흔들려 있었다. 그게 싫진 않았다고 해야겠다. 그의 반응은 내가 인정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나를 우쭐하게 했다.
이윽고 나는 물가로 걸어갔다. 처음 몇 걸음이 가장 힘들었다. 다 드러난 것 같고, 훤히 보이는 것 같고, 내가 나 같지 않았다. 하지만 바닷물이 살갗에 닿자 부끄러움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수영복을 입지 않으니 물의 감촉이 달랐다. 더 부드럽고, 더 자유롭고, 더 은밀했다.
물에서 나올 무렵에도 여전히 수줍었지만, 더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뒤 곧바로 확고한 누디스트가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중요한 것 하나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누드 비치에 가는 건 서로를 훔쳐보려는 게 아니라는 것. 적어도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라는 것. 그들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몸을 둘러싼 온갖 규칙에 덜 얽매인 채로 있고 싶어서 그곳에 간다.
그 첫 경험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건 내가 어렸고, 초조했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너무 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를 다르게 기억한다.
나는 이탈리아의 햇살을 기억한다.
넋이 나간 베페의 얼굴을.
떨리던 나 자신의 용기를.
그리고 부끄러움이 자유로 바뀌기 시작하던, 그 낯설고도 아름다운 첫 순간을.
거기서 친구를 몇 명 사귀었고, 낮에는 다 같이 일광욕을 하고 저녁이면 놀 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사실 친구들 대부분은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라 미국 학생들이었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페라라 대학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따라와 여름을 보내던 아이들이었다.
페라라에는 클럽이 별로 없어서, 몇 번 밤에 나가 놀다 보니 금세 흥이 식어버렸다. 게다가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 해서 뭘 하든 복잡했다. 만나보고 싶은 잘생긴 남자들도 분명 있었지만, 언어 장벽이 매번 다 망쳐놓았다.
그러던 어느 저녁, 영어를 꽤 잘하는 이탈리아 남자 두 명을 만났다. 둘 다 학생이었고, 우리를 클럽에 데려갔다.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펠레 도카였던 것 같다. 우스꽝스럽게도 우리말로 옮기면 "소름"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그때는 충분히 신났다.
다음 날 그들이 우리를 여기저기 더 데리고 다녔고, 마침내 상황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탈리아 남자들 무리 중에서 유독 내 눈에 확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주세페였지만 다들 베페라고 불렀다. 잘생기고 매력 있는 데다 페라라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도 미국에 돌아가면 법을 전공할 계획이었기에, 우리는 금세 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둘만 있을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무리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조용한 구석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나누고 몇 시간이고 입을 맞췄다. 미래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 오늘 밤만 생각하는 그런 여름 로맨스였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나는 베페가 점점 초조해하는 걸 알아챘다. 처음엔 내가 곧 떠나야 해서 슬픈 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그가 다른 무언가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걸 온전히 이해한 건 한참 뒤, 이미 귀국 비행기 안에서였다.
그 전에, 해변이 있었다.
베페는 조용한 곳을 찾을 때마다 나에게 아주 뜨겁게 입을 맞추는 버릇이 있었다. 나도 좋았지만, 아직 사람들이 있는 데서는 부끄러웠다. 누군가 우리를 볼 것만 같은 기분이 늘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코마키오 근처 리도 델레 나치오니 부근에 있는 특별한 해변에 데려가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딘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로맨틱하고 숨겨진 해변을 상상했다.
그가 나를 누드 비치로 데려간다는 건 전혀 몰랐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라는 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부끄럽고, 당황스럽고, 이상하게 호기심이 일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데를 예고도 없이 데려온 베페를 놀려주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내가 내 몸을 부끄러워한다거나 콤플렉스투성이라고 그가 생각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지을 수 있는 가장 태연하고 당당한 표정을 짓고는 수영복을 벗기 시작했다.
먼저 상의를 벗었다.
곁눈질로 보니 베페가 굳어 있었다. 그게 나를 이상하리만치 우쭐하게 만들었다. 그가 나를 놀라게 하려던 거라면, 나도 그를 놀라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머지 수영복까지 벗자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부끄러움과 아드레날린으로 떨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벗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언가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주위 해변은 고요했다. 아무도 천박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아무도 비웃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햇볕 아래 누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물가로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건 그저 평범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짜릿했다.
그날 베페는 끝내 완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계속 어색해하고 초조해했으며, 벌어진 일에 확실히 마음이 흔들려 있었다. 그게 싫진 않았다고 해야겠다. 그의 반응은 내가 인정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나를 우쭐하게 했다.
이윽고 나는 물가로 걸어갔다. 처음 몇 걸음이 가장 힘들었다. 다 드러난 것 같고, 훤히 보이는 것 같고, 내가 나 같지 않았다. 하지만 바닷물이 살갗에 닿자 부끄러움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수영복을 입지 않으니 물의 감촉이 달랐다. 더 부드럽고, 더 자유롭고, 더 은밀했다.
물에서 나올 무렵에도 여전히 수줍었지만, 더는 부끄럽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뒤 곧바로 확고한 누디스트가 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중요한 것 하나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누드 비치에 가는 건 서로를 훔쳐보려는 게 아니라는 것. 적어도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니라는 것. 그들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몸을 둘러싼 온갖 규칙에 덜 얽매인 채로 있고 싶어서 그곳에 간다.
그 첫 경험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건 내가 어렸고, 초조했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너무 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를 다르게 기억한다.
나는 이탈리아의 햇살을 기억한다.
넋이 나간 베페의 얼굴을.
떨리던 나 자신의 용기를.
그리고 부끄러움이 자유로 바뀌기 시작하던, 그 낯설고도 아름다운 첫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