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ene: 탈리아는 옷을 입어도 벗어도 되는 한적한 만으로 가자는 가벼운 제안을 받아들이고, 긴장한 마음을 감춘 채 배에 오른다. 배에서 내리려는 순간 지나가던 배의 물결에 휘청이며 카밀라에게 넘어지고, 토트백을 구하려던 소동이 함께 터뜨린 웃음으로 이어지자 해변도 한결 덜 두렵게 느껴진다.
옆에 있던 여자가 배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수영복을 벗자, 나는 그날을 위해 준비해 둔 여유로운 말들을 순식간에 전부 잊어버렸다. 마리나 근처에서 커피를 마실 때만 해도 즉흥적이고 재미있는 계획 같아서, 마이애미에서 온 세 사람과 옷을 입어도 벗어도 되는 작은 모래톱까지 잠깐 배를 타고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저 앞 눈부신 모래사장 곳곳에 벌거벗은 어른들이 있는 모습이 실제로 눈에 들어오자, 그 일이 훨씬 더 엄중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이름은 카밀라였다. 내가 해변을 빤히 바라보는 걸 알아챈 그녀가 말했다. “아무도 점수 매기지 않아요.” 나도 안다고 대답했다. 사실이긴 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스박스와 방수 가방을 들고 선미에서 허벅지 깊이의 물로 내려갔다. 다음은 카밀라 차례였다. 나는 토트백 안을 정리하는 척하며 배에 오 초쯤 더 남아 있다가, 망설일수록 더 힘들어질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뀌기 전에 옷을 벗었다.
맨몸에 바깥 공기가 처음 닿는 순간 맥박이 뛰었다. 그다음에는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 마음이 놓였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미 물속에 서서 내 쪽으로 한 손을 내밀고 있는 카밀라가 유난히 의식됐다. 그녀는 나를 재촉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배가 흔들리는 동안 내가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려섰다.
바로 그때 지나가던 배가 일으킨 물결이 우리에게 밀려왔다. 선미가 들썩였다. 나는 앞으로 휘청했다. 토트백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리자 카밀라는 한 손으로 가방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나를 받쳤다. 그 우스꽝스러운 일 초 동안, 나는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그녀의 어깨에 몸을 바짝 기댄 채로, 우리는 둘 다 내 가방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뒤에서는 아이스박스가 둥둥 떠내려갔다. 남자 한 명이 그걸 보고 소리쳤다. 모두가 웃었다. 긴장으로 가득했던 내 거창한 등장은 몸개그 같은 구조 장면이 되어 버렸다.
그 민망함은 어떤 안심시키는 말보다 효과가 좋았다. 물속으로 휘청거리며 들어가고, 엉뚱한 사람을 붙잡고, 하마터면 우리 간식을 몽땅 날릴 뻔하고 나니 더는 뭘 잘해 보일 필요가 없었다. 카밀라와 나는 함께 토트백을 들고 모래사장으로 올라갔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홀가분했다. 해변은 더 이상 맨몸들로 가득한 장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어디가 그늘을 잡기 가장 좋은지, 아이스박스 뚜껑으로 물이 샜는지를 두고 사람들이 티격태격하는 곳 같았다.
나중에 카밀라가 모래톱 맨 끝까지 걸어가 보겠냐고 물었다. 가는 길에는 얕은 물을 지나야 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작은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그녀는 내가 아직도 구조가 필요한 사람인 양 과장되게 손을 들어 내밀었다. 결국 나는 그 손을 탁 쳐내고 이제 배에서도 균형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물에 잠긴 평평한 바위 위에 올라서서 증명해 보라고 했다. 나는 올라섰다. 바위는 미끄러웠다. 발이 미끄러지자 팔을 휘휘 내젓다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너무 크게 웃다가 자기도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두 번째로 넘어질 뻔했을 때는 처음보다 더 묘한 설렘이 흘렀다. 이제는 우리 둘 다 겁먹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고, 나는 그 시선이 좋았다. 그저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있는 것과 한 사람이 특별히 나를 눈여겨보는 것의 차이가 분명해졌다. 작은 만 끝에 도착한 우리는 따뜻한 모래 위에 앉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뒤쪽에 남은 일행은 아주 작게 보였다.
돌아오는 뱃길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옷을 입어야 할 마지막 순간까지 맨몸으로 있었다. 갑자기 겁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그날 쓸모 있는 사실 하나를 배웠기 때문이다. 몸 자체가 더 이상 관심의 중심이 아니게 되면, 서로를 향한 관심이 더 흥미로워진다는 것. 나는 누드 해변에 발을 들이는 게 그토록 두려웠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옷을 벗을 때가 아니다. 카밀라가 물속에서 나를 붙잡아 주고, 우리는 누가 보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한바탕 웃던 순간이다.
그녀의 이름은 카밀라였다. 내가 해변을 빤히 바라보는 걸 알아챈 그녀가 말했다. “아무도 점수 매기지 않아요.” 나도 안다고 대답했다. 사실이긴 했지만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스박스와 방수 가방을 들고 선미에서 허벅지 깊이의 물로 내려갔다. 다음은 카밀라 차례였다. 나는 토트백 안을 정리하는 척하며 배에 오 초쯤 더 남아 있다가, 망설일수록 더 힘들어질 뿐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바뀌기 전에 옷을 벗었다.
맨몸에 바깥 공기가 처음 닿는 순간 맥박이 뛰었다. 그다음에는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 마음이 놓였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미 물속에 서서 내 쪽으로 한 손을 내밀고 있는 카밀라가 유난히 의식됐다. 그녀는 나를 재촉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배가 흔들리는 동안 내가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려섰다.
바로 그때 지나가던 배가 일으킨 물결이 우리에게 밀려왔다. 선미가 들썩였다. 나는 앞으로 휘청했다. 토트백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리자 카밀라는 한 손으로 가방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나를 받쳤다. 그 우스꽝스러운 일 초 동안, 나는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그녀의 어깨에 몸을 바짝 기댄 채로, 우리는 둘 다 내 가방을 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뒤에서는 아이스박스가 둥둥 떠내려갔다. 남자 한 명이 그걸 보고 소리쳤다. 모두가 웃었다. 긴장으로 가득했던 내 거창한 등장은 몸개그 같은 구조 장면이 되어 버렸다.
그 민망함은 어떤 안심시키는 말보다 효과가 좋았다. 물속으로 휘청거리며 들어가고, 엉뚱한 사람을 붙잡고, 하마터면 우리 간식을 몽땅 날릴 뻔하고 나니 더는 뭘 잘해 보일 필요가 없었다. 카밀라와 나는 함께 토트백을 들고 모래사장으로 올라갔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마음이 홀가분했다. 해변은 더 이상 맨몸들로 가득한 장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어디가 그늘을 잡기 가장 좋은지, 아이스박스 뚜껑으로 물이 샜는지를 두고 사람들이 티격태격하는 곳 같았다.
나중에 카밀라가 모래톱 맨 끝까지 걸어가 보겠냐고 물었다. 가는 길에는 얕은 물을 지나야 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작은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그녀는 내가 아직도 구조가 필요한 사람인 양 과장되게 손을 들어 내밀었다. 결국 나는 그 손을 탁 쳐내고 이제 배에서도 균형은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물에 잠긴 평평한 바위 위에 올라서서 증명해 보라고 했다. 나는 올라섰다. 바위는 미끄러웠다. 발이 미끄러지자 팔을 휘휘 내젓다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너무 크게 웃다가 자기도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두 번째로 넘어질 뻔했을 때는 처음보다 더 묘한 설렘이 흘렀다. 이제는 우리 둘 다 겁먹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았고, 나는 그 시선이 좋았다. 그저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있는 것과 한 사람이 특별히 나를 눈여겨보는 것의 차이가 분명해졌다. 작은 만 끝에 도착한 우리는 따뜻한 모래 위에 앉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뒤쪽에 남은 일행은 아주 작게 보였다.
돌아오는 뱃길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옷을 입어야 할 마지막 순간까지 맨몸으로 있었다. 갑자기 겁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그날 쓸모 있는 사실 하나를 배웠기 때문이다. 몸 자체가 더 이상 관심의 중심이 아니게 되면, 서로를 향한 관심이 더 흥미로워진다는 것. 나는 누드 해변에 발을 들이는 게 그토록 두려웠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옷을 벗을 때가 아니다. 카밀라가 물속에서 나를 붙잡아 주고, 우리는 누가 보든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한바탕 웃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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