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a: 스페인의 숨겨진 작은 만, 나체주의를 향한 긴장된 첫걸음, 바다에서 걸어 나오다 벌어진 어색하고도 우스운 순간, 그리고 그녀가 자기 몸을 대하는 마음을 완전히 바꿔놓은 잊지 못할 노을 하나.
스물넷이던 그해 여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스페인에서 지냈다. 우리는 해안 근처에 묵으면서 거의 매일 다른 해변을 찾아다녔다.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 해변,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만까지.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우리는 비밀을 간직한 듯한 작은 만을 발견했다. 돌 사이로 난 좁은 오솔길, 마른 풀 냄새, 뜨겁게 달궈진 바위, 그 아래로 펼쳐진 옥빛 바다 — 그리고 해변엔 사람이 몇 명뿐이었다. 그런데 거의 다들 벌거벗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말했다.
“싫어. 쳐다보지도 마. 난 절대 안 해.”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단호해서 나 스스로도 알아차릴 정도였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소리로 거절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우리는 한쪽에 조금 떨어져 수건을 폈다. 나는 수영복을 입은 채 앉아 바다를 감상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몰래 살피고 있었다. 아무도 이상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없었고, 과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그저 편하게 쉬고 있었다. 책을 읽고, 헤엄치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특히 내 또래로 보이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수건에 누워 책을 읽던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치고, 다시 돌아와 하던 대로 책을 읽었다. 바다에서 벌거벗고 있는 게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바로 그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너무 용감해” 보이지도 않았다. 도발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자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 옆에서 나는 얇은 끈 몇 가닥과 젖은 천, 그리고 내 안의 두려움에 싸인 채 앉아 있었다.
내가 한 방향을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친구 하나가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지 문화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니, 곧 시험 봐도 되겠는데.”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난 그냥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는 중이야.”
“그럼, 그렇겠지.” 친구가 대꾸했다. “아주 심오한 분석이네. 특히 저기 책 읽는 여자에 대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뭔가 아주 부끄러운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쳐다본 걸 들킨 게 아니었다.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들킨 거였다.
나는 수건 위에 오래도록 앉아 나 자신과 씨름했다. 수영복을 매만지고, 목 뒤의 끈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다. 머릿속에서는 바보 같은 생각들이 빙빙 돌았다.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지?”, “어색해 보이면 어쩌지?”, “친구들이 비웃으면 어쩌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친구들은 이미 웃고 있었다. 그런데 나쁜 뜻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 웃는 거였다.
“좋아.” 내가 말했다. “대신 한마디도 하지 마.”
“우린 그냥 바위야.” 친구 하나가 말했다. “여기 있지도 않은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몸을 돌려 수건으로 가린 채 수영복 상의를 벗었다. 심장이 곧바로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 그다음 하의를 벗었다. 그 순간, 해변 전체가, 갈매기들이, 바위들이, 어쩌면 스페인 전체가 오직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조금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혼자서 그렇게 요란한 마음속 드라마를 겪었는데, 세상은 잠시 멈추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수건 위에 엎드렸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등을 대고 누웠다. 늘 천에 가려져 있던 살갗에 햇볕이 닿았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더 직접적이고, 더 따뜻하고, 더 정직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아주 많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 부끄러움은 금세 변하기 시작했다. 무겁던 느낌이 점점 따뜻하고, 장난스럽고, 거의 짜릿한 것으로 바뀌어 갔다. 내 몸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어깨, 배, 엉덩이, 가슴, 햇볕 아래의 살결, 그리고 호흡까지. 그 안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살아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몇 분쯤 지났을까, 친구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사회적 맥락은 좀 어때?”
나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아주 교육적이야.”
그러자 다들 또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나는 일어나 물 쪽으로 걸어갔다. 그게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 누워 있는 것과 벌거벗은 채 해변을 가로질러 걷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았다. 발밑의 모래, 살갗을 스치는 바람, 짭조름한 바다 냄새, 그리고 내 심장 박동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물에 가까워질수록 숨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바다에 들어서는 순간, 두려움은 그냥 녹아 사라졌다. 수영복 없이, 천도 없이, 젖은 끈이나 조이는 솔기 하나 없이 물이 내 온몸을 감쌌다. 물속으로 잠겼다가 올라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웃었다.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가볍게.
그건 평범한 수영 같지 않았다. 마치 내 몸이 드디어 내가 관리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기를 그만둔 것 같았다. 그냥 온전히 내 것이었다. 살아 있고, 관능적이고, 자유로웠다.
웃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나는 물에서 멋지게 걸어 나오기로 했다. 영화에서처럼 말이다. 바다, 젖은 머리카락, 자신감 있는 눈빛, 파도를 헤치고 여신처럼 걸어 나오는 여자. 심지어 속으로 “지금이 내 순간이야” 하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미끄러운 바위를 밟고 두 팔을 허우적대며 다친 갈매기 같은 소리를 냈고, 하마터면 다시 물속으로 넘어질 뻔했다.
해변에 있던 친구들은 완전히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중 하나가 말했다.
“여신 강림. 근데 바다가 재촬영을 요청하셨네.”
처음엔 발끈하고 싶었지만, 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바로 그 순간 마지막 긴장이 풀렸다. 친구들 앞에서 벌거벗은 채 넘어질 뻔하고 나면, 두려워하는 게 어쩐지 우습게 느껴진다.
그 뒤로는 모든 게 한결 편해졌다.
햇볕 아래 눕고, 헤엄치고, 물가를 따라 걸었다. 이따금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례하지도, 음침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사람의 시선이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그 시선들이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차분한 자신감을 느꼈다. 그래, 나 여기 있어. 그래, 나 수영복 안 입었어. 그래, 나는 내 몸이 편안해.
살갗이 완전히 마르는 게 좋았다. 늘 천에 가려져 있던 부분에 바람이 닿는 게 좋았다. 하얗게 남는 선탠 자국도 없고, “여긴 보여도 되지만 저긴 가려야 해” 하는 느낌도 없는 게 좋았다. 내 몸은 더 이상 규칙이 제각각인 구역들의 집합이 아니었다. 하나로 온전해졌다.
저녁이 되자 해가 지기 시작했고, 공기는 부드러워졌다. 우리는 다 함께 모래 위에 앉아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연애 이야기를, 누군가는 일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그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진짜처럼 느껴졌다. 물, 바람, 목소리들, 살갗에 닿는 따뜻한 모래, 옷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내 몸까지.
나는 이게 단지 벌거벗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오랜만에 처음으로 내가 나 자신을 검열하기를 멈췄다는 사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밖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을 가려야 할지 찾지도 않았다. 누구와도 나를 비교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존재했다.
그리고 그건 그 어떤 아름다운 수영복보다도 훨씬 더 섹시한 일이었다.
누군가를 유혹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매력적이고, 살아 있고, 용감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떠날 때가 되어 다시 수영복을 입는데, 문득 그게 얼마나 작고, 답답하고, 불필요한지 느껴졌다. 하루 종일 자유를 누린 뒤에, 누군가가 나더러 다시 반듯한 포장 속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다시 해보고 싶다고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야 나는 사람들이 왜 나체주의자가 되는지 이해한다. 누군가를 놀라게 하려는 게 아니다.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건 햇볕과 바다와 내 몸이 마침내 서로 다투기를 멈추는 그 순간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느끼게 된다. 이것이 자유구나.
따뜻하고. 짭조름하고. 조금은 우스운.
그리고 아주, 아주 진짜인.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우리는 비밀을 간직한 듯한 작은 만을 발견했다. 돌 사이로 난 좁은 오솔길, 마른 풀 냄새, 뜨겁게 달궈진 바위, 그 아래로 펼쳐진 옥빛 바다 — 그리고 해변엔 사람이 몇 명뿐이었다. 그런데 거의 다들 벌거벗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말했다.
“싫어. 쳐다보지도 마. 난 절대 안 해.”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단호해서 나 스스로도 알아차릴 정도였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소리로 거절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우리는 한쪽에 조금 떨어져 수건을 폈다. 나는 수영복을 입은 채 앉아 바다를 감상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몰래 살피고 있었다. 아무도 이상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없었고, 과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그저 편하게 쉬고 있었다. 책을 읽고, 헤엄치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특히 내 또래로 보이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수건에 누워 책을 읽던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치고, 다시 돌아와 하던 대로 책을 읽었다. 바다에서 벌거벗고 있는 게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바로 그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너무 용감해” 보이지도 않았다. 도발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자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 옆에서 나는 얇은 끈 몇 가닥과 젖은 천, 그리고 내 안의 두려움에 싸인 채 앉아 있었다.
내가 한 방향을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친구 하나가 세상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지 문화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다니, 곧 시험 봐도 되겠는데.”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난 그냥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는 중이야.”
“그럼, 그렇겠지.” 친구가 대꾸했다. “아주 심오한 분석이네. 특히 저기 책 읽는 여자에 대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뭔가 아주 부끄러운 짓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쳐다본 걸 들킨 게 아니었다.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들킨 거였다.
나는 수건 위에 오래도록 앉아 나 자신과 씨름했다. 수영복을 매만지고, 목 뒤의 끈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다. 머릿속에서는 바보 같은 생각들이 빙빙 돌았다.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지?”, “어색해 보이면 어쩌지?”, “친구들이 비웃으면 어쩌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친구들은 이미 웃고 있었다. 그런데 나쁜 뜻은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를 설득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 웃는 거였다.
“좋아.” 내가 말했다. “대신 한마디도 하지 마.”
“우린 그냥 바위야.” 친구 하나가 말했다. “여기 있지도 않은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몸을 돌려 수건으로 가린 채 수영복 상의를 벗었다. 심장이 곧바로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 그다음 하의를 벗었다. 그 순간, 해변 전체가, 갈매기들이, 바위들이, 어쩌면 스페인 전체가 오직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조금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혼자서 그렇게 요란한 마음속 드라마를 겪었는데, 세상은 잠시 멈추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수건 위에 엎드렸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등을 대고 누웠다. 늘 천에 가려져 있던 살갗에 햇볕이 닿았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더 직접적이고, 더 따뜻하고, 더 정직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아주 많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 부끄러움은 금세 변하기 시작했다. 무겁던 느낌이 점점 따뜻하고, 장난스럽고, 거의 짜릿한 것으로 바뀌어 갔다. 내 몸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어깨, 배, 엉덩이, 가슴, 햇볕 아래의 살결, 그리고 호흡까지. 그 안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살아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몇 분쯤 지났을까, 친구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사회적 맥락은 좀 어때?”
나는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아주 교육적이야.”
그러자 다들 또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나는 일어나 물 쪽으로 걸어갔다. 그게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 누워 있는 것과 벌거벗은 채 해변을 가로질러 걷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았다. 발밑의 모래, 살갗을 스치는 바람, 짭조름한 바다 냄새, 그리고 내 심장 박동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물에 가까워질수록 숨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바다에 들어서는 순간, 두려움은 그냥 녹아 사라졌다. 수영복 없이, 천도 없이, 젖은 끈이나 조이는 솔기 하나 없이 물이 내 온몸을 감쌌다. 물속으로 잠겼다가 올라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웃었다.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가볍게.
그건 평범한 수영 같지 않았다. 마치 내 몸이 드디어 내가 관리해야 하는 “프로젝트”이기를 그만둔 것 같았다. 그냥 온전히 내 것이었다. 살아 있고, 관능적이고, 자유로웠다.
웃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나는 물에서 멋지게 걸어 나오기로 했다. 영화에서처럼 말이다. 바다, 젖은 머리카락, 자신감 있는 눈빛, 파도를 헤치고 여신처럼 걸어 나오는 여자. 심지어 속으로 “지금이 내 순간이야” 하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미끄러운 바위를 밟고 두 팔을 허우적대며 다친 갈매기 같은 소리를 냈고, 하마터면 다시 물속으로 넘어질 뻔했다.
해변에 있던 친구들은 완전히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중 하나가 말했다.
“여신 강림. 근데 바다가 재촬영을 요청하셨네.”
처음엔 발끈하고 싶었지만, 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바로 그 순간 마지막 긴장이 풀렸다. 친구들 앞에서 벌거벗은 채 넘어질 뻔하고 나면, 두려워하는 게 어쩐지 우습게 느껴진다.
그 뒤로는 모든 게 한결 편해졌다.
햇볕 아래 눕고, 헤엄치고, 물가를 따라 걸었다. 이따금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례하지도, 음침하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사람의 시선이었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그 시선들이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차분한 자신감을 느꼈다. 그래, 나 여기 있어. 그래, 나 수영복 안 입었어. 그래, 나는 내 몸이 편안해.
살갗이 완전히 마르는 게 좋았다. 늘 천에 가려져 있던 부분에 바람이 닿는 게 좋았다. 하얗게 남는 선탠 자국도 없고, “여긴 보여도 되지만 저긴 가려야 해” 하는 느낌도 없는 게 좋았다. 내 몸은 더 이상 규칙이 제각각인 구역들의 집합이 아니었다. 하나로 온전해졌다.
저녁이 되자 해가 지기 시작했고, 공기는 부드러워졌다. 우리는 다 함께 모래 위에 앉아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연애 이야기를, 누군가는 일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그저 말없이 바다를 바라봤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진짜처럼 느껴졌다. 물, 바람, 목소리들, 살갗에 닿는 따뜻한 모래, 옷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내 몸까지.
나는 이게 단지 벌거벗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오랜만에 처음으로 내가 나 자신을 검열하기를 멈췄다는 사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밖에서 내가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을 가려야 할지 찾지도 않았다. 누구와도 나를 비교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존재했다.
그리고 그건 그 어떤 아름다운 수영복보다도 훨씬 더 섹시한 일이었다.
누군가를 유혹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매력적이고, 살아 있고, 용감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떠날 때가 되어 다시 수영복을 입는데, 문득 그게 얼마나 작고, 답답하고, 불필요한지 느껴졌다. 하루 종일 자유를 누린 뒤에, 누군가가 나더러 다시 반듯한 포장 속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다시 해보고 싶다고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야 나는 사람들이 왜 나체주의자가 되는지 이해한다. 누군가를 놀라게 하려는 게 아니다.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건 햇볕과 바다와 내 몸이 마침내 서로 다투기를 멈추는 그 순간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렇게 느끼게 된다. 이것이 자유구나.
따뜻하고. 짭조름하고. 조금은 우스운.
그리고 아주, 아주 진짜인.
The way you look is dangerously sexy.